이상한 나라에서 사람들은 그들에 의한 자연의 훼손에 대해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들을 묘사한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건축물에 연계하여 발생하는 인공적 조경과 폐쇄된 공간에 갇힌 동식물의 실상은 보다 나은 삶, 친환경 건물,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관점에서 이상한 나라를 바라본다. 이상한
나라의 자연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욕심 때문에 뒤틀린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욕망의 덩어리를 표출하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주
재료로 목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만지면 뭉개지고 지워질 수 있기에 인간의 욕심이 덧없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업한 입체물 역시 종이로 만들어져 연약하고 한 순간 불타버릴 수 있다.
작업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만
익숙한 조형물과 방식을 보여주는 것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인간 위주의 세계에서 결국 자연이 사라지게
되면 어떠할까를 상상한다. 그 자연물의 모습을 흉내내야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직업이 생기지 않을까, 진짜 자연의 모습을 상상만 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상황을 그려보고 있다.
나에게는 재료 그 자체로 그리는 것 외에도 나의 손을 이용해서 그리는 행위가 중요하다. 목탄으로 칠하고 자연스레 손으로 만지면 이미지가 변화하고, 물감을
손과 몸에 묻혀 식물원에 갇힌 식물,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되었다고 상상하며 그들의 괴로움을 드로잉
해본다. 그렇게 드러나는 나의 몸짓은 자연의 괴로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동시에 생태계의 일부인 우리에게
돌아올 우리의 몸짓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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